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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트아크 캡쳐&정리/감상

엘가시아 감상

by qmffhrm 2022. 5. 1.

*엘가시아 스토리에 대한 스포가 많은 글입니다.

 

 

지금까지 스토리를 꼼꼼하게 읽는 편이지만 엘가시아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밀다보니 급하게 읽고 넘어간 부분이 많았다.

그리고 딱 메인 퀘스트만 밀고 나서 게임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다보니 후속 퀘스트도 시작하지 못한 상태이다.

후속 퀘스트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에 따라 이 글도 수정 가능성이 있지만,

그래도 좀 더 지나면 감상글을 쓸 시간도 없을 거 같아서 미리 정리해보기로 했다.

5.11 후속퀘 클리어 후 수정

 

 

라우리엘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감상이 비슷하다.

6억 번 넘게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며 최선의 결과를 찾아냈고, 그 과정에서 제정신을 끝까지 유지했다는 것에 대해서,

비록 가상의 인물이라 해도 감탄과 안타까운 감정이 드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라우리엘에 행보에 대해서도 여러 생각이 들게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라우리엘은 악역을 자처하며 라제니스를 불온한 존재로 만들었고, 루페온의 심판이라고 속이며 죄없는 라제니스를 학살했다.

무고한 라제니스들의 죽음은 결과적으로 대의를 위한 희생으로 정당화되었다.

이게 라우리엘이 찾아낸 유일한 해결책이었고, 그 역시 자신의 행위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건 분명하다.

하지만 무고하게 죽은 라제니스들도 과연 자신들의 죽음을 대의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으로 생각했을지는 잘 모르겠다.

 

 

게임을 비롯한 창작물들을 보면서 플레이/감상을 하는 입장은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고 동조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6억번 큐브를 돌리고 변하지 않는 절망스런 결과를 마주한 라우리엘의 심정에는 쉽게 동감하지만,

그의 선택에 희생된 엑스트라들, 즉 무고한 희생자들의 심정에는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하필 스토리에서 "유일한 방법"이라고 못을 박아버린 탓에, 행보에 대해 복잡한 감정이 들게 하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다행이라고 느낀 건, 후속 퀘스트에서 베아트리스나 니나브 역시 라우리엘의 희생을 기리면서도, 그가 한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었다고 선을 그어줬다는 점이다.

나의 감상 역시 라우리엘의 노력과 희생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스토리적으로 봤을 때, 양면성을 보였기 때문에 라우리엘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입체적으로 느껴지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느끼게 만들었을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라우리엘이라는 캐릭터는, 그가 바랐던 '희생이 하나도 없는 열린 결말은 불가능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어렵긴 하지만, 어차피 판타지 게임 아닌가. 마법을 사용하고 유령이 존재하며 기계로 몸이 만들어진 사람들이 존재하는데 '희생 없는 열린 결말'도 한 번 쯤은 있을 법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연출에 대해 아쉬운 점은, 로스트아크는 '민간인 학살'이라는 주제를 자주, 그리고 자극적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장면을 어린이가 살해당하는 걸 거리낌없이 보여준다.

남겨진 바람의 절벽 퀘스트와 로웬 스토리가 유저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은 것은 이러한 자극적인 연출이 주는 충격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 생각한다.

자극적인 연출들은 손쉽게 플레이어가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기 때문에 개발자들의 입장에서는 좋은 방법일 수 있겠지만, 완전히 문제가 없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 같다.

성인 게임이니까 이정도 잔혹한 연출은 괜찮다거나, 가상의 이야기인데 진지할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민간인 학살은 실제로 언제나 존재했고, 특히 로웬은 대놓고 아메리카 원주민 이야기를 모티프로 따온 내용이었다. 가상의 이야기라 해도 지켜야 할 윤리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에서는 좀 더 신중하게 연출을 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그리고 아만.

엘가시아 패치 하루 전에 올린 추측글은 과연 엘가시아에 아만이 등장할까? 하는 의문으로 끝냈다.

사실 지금까지 새로운 지역, 스토리가 나올 때마다 나의 궁금증은 항상 같았다.

 

"이번 패치에 아만이 등장할까?"

 

나는 2018년 오픈 베타를 시작했을 때 로스트아크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만과 헤어진지 3년하고도 약 6개월 정도가 흐른 셈이다.

이런 나에게, 위의 스크립트는 엘가시아를 미는 내내 가장 마음이 아팠던 순간이었다.

정말 '아득한 시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긴 시간만에 내 캐릭터가 아만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모니터 밖의 나와, 모니터 안의 내 캐릭터가 감정/생각이 일치하지 않는 일이 많은데,

위의 장면은 1000000% 일치했다.

비록 아만이 돌아온 것은 아니고, 바로 헤어졌지만 다시 마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했다. 다음 스토리 지역은 플레체인 만큼 기대하고 있다. (제발 수료시험 끝나고 나왔으면 좋겠다)

 

 

엘가시아를 플레이하면서, 3년 반 넘게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기다려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한편으로는 말 그대로 "이제 도입부가 끝났다" 라는 느낌도 들었다. 엘가시아까지 스토리를 풀어오면서, 로스트아크는 어떠한 사건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그 원인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기 보다는 추측으로 얼버무리는 식의 설명이 많았다. 엘가시아 이후에는 이런 설명들이 쌓아준 궁금증들이 하나하나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를 n년 동안 꾹꾹 참아낸 금강선씨...

고생하셨습니다. 저라면 못참고 중간에 대형 스포해버렸을 거 같은데.

몸에서 사리 나오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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